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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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3-11 16:03 조회2,56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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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금지된 것은 없다. Nixing"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Y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는데요.
이름하야 토크콘서트 ‘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가 금요일 저녁 7시에 대강당에서 열렸답니다.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진행을 맡았고,
여성신학자인 김희선·이은애·이주아 교수가 ‘교회언니’로서 청년들과 함께했습니다.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의미와 함께, ‘금지된 것은 없다’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이 자리에 참여한 80여명의 청년들은, 암묵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했던
교회에서의 성차별과 여성혐오의 경험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참가자들은 교회 성차별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성차별적 설교(남성중심적 성서해석)’, ‘여성혐오적 교회 문화(언어, 행동)’,
‘목회자/교회지도자에 의한 성폭력’을 꼽았습니다.
"이 자리는 교회 여성들이 '말하게' 하는 자리"라는 백소영 교수의 설명에 따라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주제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오픈채팅방도 함께 운영해 누구나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어 호응이 높았는데요.
한 사람 한 사람 발언할 때마다 모두 박수로, 웃음으로, 눈물로 연대를 표했습니다.
섣불리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한 명씩 발언을 마치면 언니들이 돌아가면서 덧붙이고 싶은 말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목사님이 창세기를 설교하던 중 하와 때문에 이 세상에 죄가 들어왔다며 강단에서 내려와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나이 지긋한 여성성도들을 한 명 한 명 가리키며 ‘바로 이 여자들 때문에 세상에 죄가 들어왔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여성성도들은 수치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목사님이 부활절 설교에서 예수님이 부활 후 여성들에게 먼저 나타나신 이유는 여자들이 입이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차별적 설교에 반박하고 싶어도 목회자에 비해 성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평신도들은
성경의 권위에 눌려 문제제기를 주저하게 된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구약성서학자인 이은애 교수는 성차별적 성서해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이 성서해석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로 남성에 의해 쓰이고 해석되어 온 성서는 가부장적 해석과 결합하여
일부 강단에서 성차별적 설교가 버젓이 선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는데요.
잘못된 해석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성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파악하고 기존의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여성의 시각에서 옳은 해석을 고민하는 성서읽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식사준비를 전담하는 것을 비롯해 온갖 궂은 일은 여성들이 하지만 교회건축 등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드러나는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남성사역에 비해
여성사역은 골방에서 중보기도 하거나 돕는 제한적인 영역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혐오와 여성신학>을 저술한 이주아 교수는 성서에서 많은 여성인물들의 존재와 사역이 축소되거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략되어왔음을 ‘영의 커리큘럼’의 개념을 들어 설명했는데요.
여성 지도자나 여성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제한적인 영역에 위치시키려는 교회의 관성적인 문화를 꼬집으며,
문제의식을 느낀 여성들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가 변화의 첫걸음임을 강조했습니다.
한 남성 참가자는 전도사 시절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남성 목회자들과 전도사들 간 성적인 농담이 많이 오갔는데, 심지어 한 성도의 외모를 거론하며
‘따먹고 싶다’는 성범죄에 준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동조하지 않으면 왕따 시키는 분위기라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목회상담가인 김희선 교수는 목회자라는 권위에 남성의 위계가 더해져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그중에서도 그루밍 형태의 성범죄가 가장 흔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한다’, ‘네가 내 목회에 정말 도움이 된다’, ‘네가 없으면 내가 죽을 것 같다’는 목회자의 말에
미성년자나 20대 초반의 여성신도들은 쉽게 빠져들 수 있는데, 이렇게 되었을 경우
시간이 지난 후에도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하며
‘주의 종은 하나님이 벌하신다’, ‘교회를 망가뜨리지 말라는 잘못된 조언’이 2차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더불어 당사자들이 피해사실을 알렸을 때의 바른 대처법을 설명하며
피해자를 보듬고 회복시키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성차별적 언어폭력으로 상처받아 교회를 뛰쳐나왔다는 한 참가자는 10여 년 전의 경험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요.
교회의 성차별적 문화에 침묵하며 견디는 것도, 성차별적 문화에 홀로 대항하는 것도
너무 힘겨운 여성들은 결국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앙공동체에서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불금파티를 마무리하며 백소영 교수는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자신을 살리고 살아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이를 위해 서로 지지받고 연대할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정의롭게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변화의 출발이며
오늘의 자리가 그러한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이며 콘서트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동안 서울Y는 기독여성주의 연구모임과 여성의 눈으로 성서읽기,
성폭력 없는 교회를 위한 토론회 등을 개최해왔는데요.
이번 토크콘서트를 통해 앞으로도 기독청년들이 서로 지지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청년들과 함께 성평등한 교회로의 변화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서울Y는 최근 성평등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기독 여성주의 청년 기획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기독교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청년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