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평등 | [여성운동팀 미디어논평] 넷플릭스 <성+인물 : 일본편> 제작진은 즉각 해당 시리즈 삭제하고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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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5-04 17:06 조회1,40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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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적대상화, 성착취가 ‘쿨’하고 진취적인 것?
‘쿨병’ 걸린 넷플릭스와 <성+인물 : 일본편> 제작진은
즉각 해당 시리즈 삭제하고 사과하라!
- 넷플릭스 코리아의 <성+인물 : 일본편> 공개에 부침 -
“AV라는 장르가 많은 사람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걸로 성범죄율을 낮추는 것 같아요.”
“일본 남자는 늘 AV를 접해왔기 때문에 여자친구와 아예 별개예요. AV는 오락이고 판타지죠.”
“(호스트바는) 비일상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모두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내놓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 <성+인물 : 일본편> 에 나오는 대사들이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성 문화를 알아본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우며, 두 명의 메인 엠씨가 일본에 직접 방문해 촬영한 넷플릭스 코리아의 <성+인물 : 일본편> 은 진행되는 내내 성착취 및 성적대상화, 그리고 남성 중심적 성 관념을 정당화하고 있다.
<성+인물 : 일본편>에 출연한 av 배우들은 이 산업이 얼마나 안전하고, 배우들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인기 있는 산업인지에 대해 설명하기 바쁘다. 이들은 본인들의 직업이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판타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외부의 편견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클린하고 전문적인” 산업이라 설명한다. 자신이 촬영하고 싶지 않은 장면은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환경이며 출연진들의 의사가 충분히 존중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는 2016년부터 av산업 내 심각한 성착취 문제가 공론화되어 법 제도화까지 진행된 바 있다. 일본 시민단체 ‘포르노 피해와 성폭력을 생각하는 모임(PAPS)’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HRN)에서는 2016년 보고서를 통해 av촬영 현장에서 출연자들이 겪는 성폭행과 인권 유린에 대해 공론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av관계자가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에게 모델 일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하고 전속계약을 맺은 후, 뒤늦게야 해당 여성에게 실제 성행위를 동반하는 음란물에 출연해야 함을 알려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만약 해당 여성이 이를 거부할 시, 업체 측은 위약금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여성의 가족 혹은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고 한다. 이러한 심각한 av산업 내의 여성 성착취 문제로 인하여 지난해 일본 내 av출연 혹은 유통에 따른 출연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av출연피해방지 구제법이 통과되는 등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일본 AV 산업 다룬 넷플 ‘성+인물’ 논란… “신동엽, 동물농장 하차하라” 요구도, 여성신문, 2023.04.28.) 정작 일본에서는 av산업의 여성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상황이나, 한국 콘텐츠는 이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내내 여러 차례 반복되는, “av를 시청함으로써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실제 범죄율이 낮아진다”는 발언 또한 굉장히 문제적이다.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남성의 성욕은 조절 불가능한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남성중심적 강간 통념에 기반한 발언이다. 이는 성범죄의 원인을 ‘어쩔 수 없는 남성의 성욕에 기인한’ 문제로 축소시킨다. ‘리얼돌’ 산업 등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산업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인물 : 일본편> 은 이러한 발언들을 전부 긍정하며 그대로 내보내고 있고, 이 자체로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 및 성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성+인물 : 일본편>은 프로그램 내내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고 있다. 성인용품점에 들어간 두 엠씨들은 여성의 얼굴만 나오며 혀만 움직이는 성인용품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av 여배우들에게 평소에 “신세를 많이 졌다”는 후배들이 있다며 성희롱적 발언을 서스럼없이 행한다. 왜곡된 성 관념을 “마니악한 취향”, “어릴 때 부터 가지던 특이한 취향” 정도로 정당화하기도 하고 “av는 오락이자 판타지”라며 미화한다.
av 비디오를 보며 숙식하는 ‘비디오방’에서, 두 엠씨 뒤편에 진열된 av 비디오 표지에는 성적으로 대상화된 여성들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엠씨 중 한 명은 “(일본의 성 산업은) 남성이 고x만 가지고 있다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우리나라는 음란물을 볼 때에 있어 죄책감을 강요 받으며 컸다”며 여성에 대한 성착취물을 당당하게 소비할 권리를 주장한다.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해당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메인 엠씨들은 이를 두고 “다양한 문화”, “우리나라와는 다른 정서”, “대단하다”, “이러니까 개방되어 있는 것 같아” 라는 표현을 써 가며 이러한 문화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파편화된, 대상화된, 착취당하는 여성의 몸을 보는 것이 권리인 사회, 그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즐겁게 소비하는 사회,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성착취물을 아무 거리낌 없이 즐기고, 어릴 때부터 그것을 익숙하게 시청하며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가 일상화된 사회가 과연 ‘문화적으로 개방된’, 성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인가? 우리는 그러한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것은 ‘쿨’하거나 개방적이거나 진취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성착취를 성착취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성+인물 : 일본편> 제작진 측은 5월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인 관련 산업은 명과 암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전혀 다루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라며 본인들의 콘텐츠를 정당화하였다. 정말 묻고 싶다. 실제 존재하는 av산업 내 피해자들을 배제하면서까지 우리가 해당 산업의 밝은 면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인물 : 일본편>은 단 몇 명의 av배우들만으로 av산업이 대표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을 긍정하는 목소리만을 취사 선택하여 마치 어두운 면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포장하지 않았는가? 해당 산업 구조 안에서 착취 당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일부 밝은 면 만을 조명한 것이 과연 편향되지 않은 콘텐츠라고 볼 수 있겠는가?
또한 제작진 측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의견을 그저 “다양한 반응”이라고 지칭하며 “시청하시는 분들이 일부는 낯설게, 누군가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시시하다는 피드백도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들을 그저 일부의 반응으로 축소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해당 시리즈의 메인 엠씨가 최근 <성+인물 : 일본편> 논란으로 인해 타 프로그램의 하차 요구를 받은 것에 대해 사과하였다. 그러나 사과는 시청자들과 성매매 산업 내 피해자들에게 해야 하는 것이지 엠씨에게 할 것이 아니다. <성+인물 : 일본편> 제작진은 본인들의 콘텐츠가 끼치고 있는 왜곡된 성 관념과 여성 성착취 정당화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책임감을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했는지 다시 자문해야 한다.
따라서 요구한다.
하나.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착취가 현실에서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한 문제를 가볍게 취급하며 경각심 없이 <성+인물 : 일본편>을 내보낸 넷플릭스 코리아와 제작진 측은 즉각 해당 시리즈를 삭제하고 사과하라!
하나. 제작진 측은 자신들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감 부족, 사전 지식 부족으로 인해 끼치게 된 왜곡된 성 관념과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바로잡고 정정하라!
하나. 넷플릭스코리아 측은 성차별적 콘텐츠 제작 및 업로드에 대한 자체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내부적인 성평등 규정을 수립 및 공개하라! 또한 성차별 콘텐츠 심의를 위한 별도의 심의단을 구성하고 성평등한 OTT 서비스를 위한 앞으로의 방향 및 계획을 수립하라!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콘셉트의 개그맨 캐릭터가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하고 av배우가 출연한 유튜브 예능의 조회수가 600만회를 넘기기도 하는 요즘이다. 우리는 이처럼, 유머로 소비되며 우리 일상생활에 ‘친숙하고’, ‘무해한 것처럼’ 다가오는 여성혐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의 <성+인물 : 일본편> 공개와 그 콘텐츠의 내용 자체, 그리고 해당 콘텐츠를 대하는 제작진들의 태도는 바로 우리 사회의 이러한 일상적인 여성혐오와 성적대상화에 대한 둔감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미디어의 ‘무해해보이는 음모’에 속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미디어 제작자와 플랫폼은 책임감을 가지고 성평등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야 한다.
-서울YWCA 여성운동팀-